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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진작가기획전 이해하기] 섹션2. 눈향嫩香
내용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인 ‘예술’, ‘젊음’, ‘재생’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예술모텔’, 꿈을 향해 자신을 쏟아내는 젊음의 원동력인 열정, 방향을 고쳐 새롭게 하는 재생再生과 예술적 생산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차 마시는 시간)의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는 차의 가공법에 따라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어린 찻잎에 난 순수한 흰털을 가리키는 <백호白毫>(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 / 녹차의 신선한 향기인<눈향嫩香>(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 /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달콤한 홍차의 <기문향(祁門香)>(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 /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 <보이普洱>(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 로 구성되었다.

 

 

2) 눈향嫩香, 여린잎의 신선한 향기

 

강하고 솔 난간 돌며 괴로운 맘 읊다가도

다원에서 차 덖는 향기에 가슴 시원하여라.

- 대각의천(大覺義天, 1055~1101)의 화롱서운(和隴西韻)중에서

 

녹차(綠茶)는 살아있는 잎에 높은 열을 가하거나 증기로 찌는 살청(殺靑)을 통하여 폴리페놀 산화효소의 활동을 멈추게 해 발효를 중지시켜 녹색을 유지한다. 녹차는 싱그럽고 향기가 오래 지속되며 깔끔한 차인데, 여린 잎의 신선한 향기를 눈향(嫩香)이라 일컫는다. 작가 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은 녹차의 신선한 눈향과도 같이 우리 인간의 내면세계 깊은 곳에서 출발하는 푸른 향기를 작품속에 머금고 있다.

신성환은 빛과 영상, 그리고 소리와 같은 테크놀로지를 통해 예술적인무대를 만든다. 그것은 마치 연극무대처럼 설치되는데, 그는 극을 위한 배경이 아니라 그 공간의 공기와 소리, 분위기, 시간을 모두 담아내어 관객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평선이 펼쳐지고 파도소리로 가득 찬 작품 는 우리들의 기억 저편에 있는 특정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누군가는 바닷가에서의 아름다웠던 기억을, 또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바로 나의 내면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과 만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 테크놀로지는 자아의 내면세계로 향하는 징검다리와도 같다.

나광호는 작품 와 같이 어린아이들의 그림을 조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그림을 완성한다. 아이처럼 순수한 세계관을 갖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아이와 같기를 희망하는 그는 주문을 걸어 삐뚤빼뚤하지만 정감 있는 그림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이성과 언어, 그리고 개념적인 의미로 가득 찬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 만들기에 혈안이 된 어른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언제부터 그림 그리기가 두려워졌느냐고. 아이와 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는 피카소의 고백과도 같이, 그의 작품은 우리들 내부에 잠들어 있는 순수한 자아를 깨우고 있다.

박희자는 30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삶의 권태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과 그들의 삶의 공간을 무미건조하게 보여주는 화이트 톤의 깨끗한 사진은 단순히 인물에 대한 사신작가의 시선이 아니라, 대상이 된 여성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결혼 후 낮 시간의 무료함이 표현된 삼십대 여성의 신체는 라는 제목처럼 외롭게 고립되어 있다. 그 고립의 권태로움은 피사체인 여성의 몸을 통해 다시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묻는다. 우리들의 삶은 어떠한가라고.

이세준의 작품에는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 그리고 인간이 뒤엉켜있는 복잡한 세계가 표현되어 있다. 여러가지 유기체들이 모여 거대한 세계를 드러내는 복잡한 구조는 경계도 없이 흘러내리거나 서로 맞물려 있다. 그는 이러한 복잡함이 바로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즉, 완전히 하나인 주체가 아니라 여러 주체들이 분열된 각각의 상황들에 맞게 재구성되고 또 해체된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 <세계의 내장>은 그의 전작 ‘무한을 유한 속에 담는 방법’과 마찬가지로, 이성과 비이성의 다양한 의미들이 난무하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내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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