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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진작가기획전 이해하기] 섹션3. 기문향祁門香
내용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인 ‘예술’, ‘젊음’, ‘재생’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예술모텔’, 꿈을 향해 자신을 쏟아내는 젊음의 원동력인 열정, 방향을 고쳐 새롭게 하는 재생再生과 예술적 생산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차 마시는 시간)의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는 차의 가공법에 따라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어린 찻잎에 난 순수한 흰털을 가리키는 <백호白毫>(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 / 녹차의 신선한 향기인<눈향嫩香>(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 /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달콤한 홍차의 <기문향(祁門香)>(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 /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 <보이普洱>(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 로 구성되었다.

 

 

3)기문향祁門香,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새콤한

 

한잔을 마시니 창자를 물로 깨끗이 씻어낸 듯 하고 

두 잔을 마시니 정신이 상쾌하여 신선이 된듯하고 

……

어이하여 일곱 잔은 반도 안 마셔 울금향 같은

맑은 차 향기 옷깃에 일고 하늘 문 바라보이며

바로 곁에는 소삼(蕭森)한 봉래산이로구나.

-한재(寒齋) 이목(李穆, 1471~1498)의 『다부(多賦))』「일곱 주발의 차노래」중에서

 

   인도의 다즐링, 스리랑카의 우바와 함께 세계 3대 홍차에 속하는 중국 안휘성의 기문에서 생산되는 기문홍차(祁門紅茶)의 기문향(祁門香)은 향이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과 같이 새콤하며 꽃과 같이 우아하기로 유명하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신화, 빛, 믿음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는 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의 작품은 붉은 홍차의 달콤하고 새콤한 향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강상빈은 ‘믿음’의 도상(아이콘)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반영되고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그는 성상과 우상의 이미지가 특정의 믿음에 의해 생성된다고 보고 이를 차용하여 새로운 믿음의 체계를 구축하거나, 현대의 이성적 맹신에 대해 폭로한다. 은 18세기 후반 기괴한 그림을 그렸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차용하여 폭력과 파괴의 믿음이 어떻게 숭배되는가에 대해 실험한다. 또한 그는 헤비메탈의 아이콘과 중세시대 수도승의 모습을 통해 파괴와 종교적 숭배의 도상들을 뒤섞어 놓는다. 불완전한 믿음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이러한 아이콘들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그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강호성 신화적인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한다. 설화와 동화, 주술문화,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나들며 판타지와 같은 작품을 선보인다. 비단에 전통 동양화의 기법으로 채색하는 그의 작품은 마치 동화의 초현실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하는 듯하다. 특히나 <격고>, <서낭당>(귀면와)과 같은 작품은 우리나라 민간신앙과 연결된다. 신화와 주술의 이야기가 허구이지만 인간의 믿음과 상상력을 위해 필요한 것처럼, 그는 작품을 통해 이 시대의 아름다운 동화를 그려내고자 한다.

안진국은 경계를 인식하는 시선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안과 밖의 경계는 단순히 내부의 주체와 외부의 타자 개념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경계가 유리면과 같이 서로를 반사시킨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들로 채워져 있다. <유리된 폭발>에서와 같이 액자화 된 폭발의 현장을 바라보는 여인의 뒷모습은 마치 뉴스를 통해 전쟁소식을 접하는 것과 같이 나와 상관없는 타자의 거리가 상정된 것이다. 우리의 주체는 우리가 바라보는 저편의 타자로 인해 또 다시 타자화 된다. 나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그의 물음은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던져진다.

 

장고운은 벽면에 비친 빛의 아른거림과 흔들림을 쫓아 그림을 그린다.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그녀의 그림은 현실세계에 투영된 초현실의 흔적을 찾는 것과 같이 막연하다. <겨울밤 바닥에 비친 빛 그림자>, <3개의 서로 다른 시간대의 햇빛>과 같이 그녀는 현실의 구체적인 현상을 그린다. 그러나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지만 단지 순간적인 빛으로만 머물러 있는 아른거림의 시간이다. 그 시간이 지나가면 또 그와 똑 같은 빛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녀는 이 순간을 예술적으로 사유하고자 한다. 그녀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초현실의 세계가 내재된 현실의 공간 구석구석에서 아름다운 예술의 빛을 발견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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