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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진작가기획전 이해하기] 섹션4. 보이普洱
내용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인 ‘예술’, ‘젊음’, ‘재생’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예술모텔’, 꿈을 향해 자신을 쏟아내는 젊음의 원동력인 열정, 방향을 고쳐 새롭게 하는 재생再生과 예술적 생산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차 마시는 시간)의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는 차의 가공법에 따라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어린 찻잎에 난 순수한 흰털을 가리키는 <백호白毫>(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 / 녹차의 신선한 향기인<눈향嫩香>(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 /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달콤한 홍차의 <기문향(祁門香)>(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 /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 <보이普洱>(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 로 구성되었다

 

 

4)보이普洱,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

 

밥을 먹고 선방에서 잠깐 차를 마시었는데

산 중턱의 붉은 해가 벌써 서쪽으로 비끼었네.

-백운(白雲)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팔월이일(八月二日)」중에서

 

흑차(黑茶)는 미생물에 의해 발효가 진행되는 후발효차로 중국 운남성의 운남보이차(雲南普洱茶)가 유명하다.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깊어지며 부드럽고 순해진다. 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는 오랜 시간 적정의 거리를 두고 바라본 도시풍경, 혹은 도시와 관련된 오브제를 토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조문희는 도시를 다니면서 찍은 건축물이나 도로의 사진에서 표시판이나 창문 등을 지워내고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도시를 낯설게 보이게 한다. 마치 3D게임 속 도시풍경이나 비현실적인 인공의 공간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풍경자체에 조형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도시를 구성하는 밋밋한 건축물들은 텅 비어있는 건축의 조감도처럼 가볍고 표면적인 이미지가 되어 어디에서나 존재할 수 있는,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무공간이 된다. 그녀는 이러한 때 묻지 않은 도시의 평평한 무공간의 건축물을 통해 반대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도시를 바라보게 한다.

이시내는 버려진 도시공간의 오브제들을 끌어와 새로운 조형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녀는 건축물의 파편들을 모아 하나의 조각작품으로 만드는데 철근과 철망, 목재와 유리는 마치 순수한 오브제처럼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특히 그녀는 ‘긍정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를 가진 유기체적 존재가 바로 인공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폐허의 인공공간에서 예술적 형상을 발견해내고자 한다. 그녀의 설치조각은 건축물에 내재된 긍정적이고 미래적인 에너지로 꽉 찬 가능성의 예술작품인 것이다.

신정희는 다막극이라는 옴니버스 형식의 사진실험을 통해 시선과 주체성의 문제를 건드린다. 그녀는 이방인인 비둘기의 시선에서 도시 풍경 속 사람들과 사람모형 오브제(사진 위에 놓고 다시 찍은 장난감 인형)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비둘기는 또한 사람들에 의해 다시 보여짐을 당한다. 대체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가? 사진으로 재구성된 그녀의 작품의 주제는 ‘가출’이다. 집을 나와 세상을 경험하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사건들은 비둘기의 시선에서 또 그녀 자신의 시선에서 끊임없이 교차된다. 그녀의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유쾌한 사진픽션 연극은 도시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을 즐거움으로 인도한다.

조은주는 카페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카페 풍경에 관심이 많다. 그녀의 그림은 카페를 그린 따뜻한 풍경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관계가 단절되어 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 시대의 고독한 자아를 대변한다. 화면에서 인물은 서로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유령이 된 것처럼 비어있다. 마치 의자와 같이 하나의 사물이 되어버린 인물은 서서히 풍경 속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것은 붉은색과 노란색, 초록색의 색면만 남게 된다. 그녀는 색을 통해 따뜻함과 차가움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그녀의 카페풍경은 심경으로 느끼는 정서적 풍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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