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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당신의 집중력을 높이는 세가지 방법
내용 드라마 <카이스트>에 나온 장면이다.

교내 식당에서 걸어가던 이나영이 무언가 떠오른 듯, 갑자기 식판을 떨어뜨렸다. 와장창, 소리에 식당 안의 다른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그녀를 향했다. 하지만 이나영은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대로 연구실로 뛰어갔다. 오랫동안 골몰하던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낸 순간. 얼마나 문제에 몰입했길래 식판을 떨어뜨리는 것도 몰랐을까.

<카이스트>에서 열연한 이나영의 실제 주인공은 만 24세에 MIT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지금은 엔씨소프트 사장인 윤송이 씨다. 위 장면도 실제 있었던 에피소드라 한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은 고 조영래 변호사다.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한 그는 학생 운동의 최전선에 서서 수배와 투옥을 반복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는데, <문귀동 경장 부천서 성고문 사건>, <망원동 수재 사건> 등의 역사적인 사건을 맡아 기적적인 승소를 이끌어냈다.

대학교 1학년 때, 법대에서 조영래 변호사 추모제가 열렸었다. 지금은 서울 시장으로 계신 당시 박원순 변호사가 나와 그를 추억하는 강연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추모제 어딘가에서 들었다. 조영래 변호사의 어머님과 진행한 인터뷰였었다.

어머님이 말씀하시기를 '형제들 중에서 조영래 변호사가 제일 안 똑똑했다'고 했다.

나는 귀를 의심했다. 경기고 시절 고등학생 신분으로 <6.3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정학을 당하면서도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했고, 민청학련 사건으로 6년간 수배를 당해 도망 다니는 와중에 <전태일 평전>을 집필했으며, 대학 신입생 때부터 삼국지를 중국어 원서로 읽었던 조영래 변호사가 형제들 중에서 제일 안 똑똑한 아이였다니.

어머님은 덧붙였었다.

제일 똑똑한 것은 아니지만, 집중력은 제일 좋았다.
책을 보면 옆에서 불러도 몰랐다.




목표를 성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력이다. 힘을 집중하면 낙수물도 돌을 뚫지만, 무딘 가위로는 종이 한 장도 제대로 못 자른다. 공부든 일이든 운동이든, 무엇을 잘하는 사람 치고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정신을 하나로 모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냐고 예로부터 그래 왔지만, 불행히도 집중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시대다. 너무도 시끄럽고, 몹시도 복잡하며, 모든 사람들이 '더 빨리'를 외친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는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되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솥 바닥에 눌어붙은 얼마 안 되는 집중력이라도 박박 긁어모아야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꿈도 쫓을 수밖에. 집중력 향상은 옵션이 아니라 필수 스킬인 것이다.

하여 집중력이 약해 고민하는 사람들, 포털사이트와 스마트폰과 텔레비전과 하다못해 정수기 물 한잔의 유혹에도 쉽게 무너지는 당신을 위해 정리해보았다.

집중력을 높이는 세 가지 방법이다.



우선 집중력이 높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알아야 한다. 집중된 상태, 몰입이 이루어진 상태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시냅스가 활성화된 상태'다.

시냅스가 무엇이냐고? 어디 보자. 시냅스가 무엇인지 알려면 우선 뉴런을 알아야 하고, 뉴런을 설명하자면 수상돌기니 축색돌기니 랑비에결절이니 하는, 쇠고기 특수부위 이름 같은 비슷한 녀석들에 대해 조금 알아야 한다.

하지만 재미없는 용어들은 그만두자.

재미없는 말들을 이해하려면 집중력이 필요한데, 용어 설명이 한 번에 쏙쏙 이해가 된다면 이미 상당한 집중력의 소유자라는 이야기고, 운이 좋게도 당신이 그 쏙쏙 중 한 명이라면, 당신은 이 글을 더 읽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그래도 더 자세하게 알고 싶은 욕구가 남아있다면 위키피디아에게 물어보면 충분하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보다 쉽게, 할머니의 전래 동화처럼, 동시통역사가 직독 직해하듯, 쭈욱 쭉 들으면서도 바로 바로 이해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부분만 비유로써 설명하려 한다.

우선 잠실 야구장을 생각해보자.



푸른 그라운드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이 야구장이 우리의 뇌다. 야구장 그라운드 위에 샴쌍둥이처럼 서로 등을 맞대고 투수와 포수가 2인 1조로 서 있다. 이 1개의 조가 뉴런이다. 즉, 1개의 신경세포다.

그런데 이 2인 1조 투수-포수의 수가 대단히 많다. 학자들은 대뇌 피질에만 대략 100억 개의 뉴런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니, 하여간 그라운드 위에 엄청나게 많은 투수-포수가 있다고 상상하면 되겠다.

투수는 공을 '던진다.' 등 뒤에 있는 포수 말고, 누구든 다른 포수에게 던진다. 포수는 공을 '받는다.' 공을 받은 포수는 곧장 자기 등 뒤의 샴쌍둥이 투수에게 공을 '쥐어준다.' 그러면 공을 받은 투수는 또 다른 포수에게 공을 던진다.

이 공이 '신경전달물질'이다. 투수는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하는 '축삭돌기'고, 포수는 신경전달물질을 받는 '수상돌기'다. 투수는 던지고 포수는 받는다. 투수가 공을 던지고 포수가 공을 받는 그 사이 간격을 '시냅스'라고 한다. 따라서 '시냅스가 활성화되었다'는 말은 공을 활발하게 던지고 받는다는 말이다.



일단 모든 투수-포수가 멍하니 서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자.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 즉, 우리 뇌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실제로 우리 뇌는 끊임없이 활동을 하고 있으니(무엇인가를 보고 듣고 느끼고 있으니) '완전한 휴식'은 혼수 상태에 빠져야 비슷해질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불활성화 상태'를 가정한다.

여기서 한 명의 투수가 공을 손에 쥔다. 그를 첫 번째 투수라 해보자. '영어 공부'라 써진 파란색 공이다. 첫 번째 투수는 파란색 공을 근처에 있는 포수에게 던진다. 포수는 그 공을 받아서 등 뒤의 투수에게 건네고, 투수는 또 다른 포수에게 던질 것이다. 그때 첫 번째 투수가 파란색 공을 더 가져왔다. 또 던진다.

이렇게 야구장 한 구석에서 파란색 공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한 개 였는데, 첫 번째 투수가 계속 파란색을 공급하자 여기저기에서 파란색 공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시냅스가 조금씩 활성화되기 시작하는 중이다.

던지다 보면 공을 못 받는 포수도 있다. 바닥에 떨어진 공을 주울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투수는 계속 야구장에 파란 공을 열정적으로 공급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관중석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당신 눈에 많은 수의 파란 공이 날아다니는 것이 확연히 보일 것이다.

이제 '시냅스가 활성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이야기했듯 '시냅스의 활성화'가 바로 '높은 집중력'이다.

'영어 공부'에 집중이 잘된다는 것은 바로 야구장 안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영어 공부'라고 써진 파란 공이 많다는 뜻이다. 자, 이제 높은 집중력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았으니, 집중력을 높이는 원리를 이야기해 보자.



첫 번째, 파란 공을 야구장에 계속 투입하라.

야구장 안의 사람들은 사실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차라리 동물원의 원숭이이에 가깝다. 제멋대로 온갖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다. 멍하니 있는 사람, 날아오는 공을 놓치는 사람, 날아와도 받을 생각을 안 하는 사람, 주머니에서 하얀 공이나 빨간 공을 꺼내 던지는 사람...

당신이 목표로 하는 것은 파란 공의 활성화다. 그리고 파란 공이 열심히 날아다니는 상태를 만들려면 일단 부지런히 야구장 안에 파란 공을 집어 넣는 것이 먼저다.

파란 공의 비유에서 당신이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공의 증가는 연속적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야구장에 투입된 파란 공은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이렇게 늘어나는 것이지, 하나도 없다가 갑자기 1000개의 공이 한 순간에 '짠'하고 돌아다니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변명을 많이 한다. '무한도전'만 보고 공부해야지. '애니팡' 10분만 하고 공부해야지. 오늘은 일찍 자고 내일부터 시작해야지.

지금 당신의 야구장에 파란 공이 한 개도 없다면, '무한도전'이 끝나도, '하트'를 다 쓰고 난 후에도, 오늘이 아닌 내일 아침을 맞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히려 야구장 한 가득 '박명수의 호통 소리'나 '하트'가 돌아다니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진정으로 집중력을 높이고 싶다면, 부지런히 파란 공을 집어넣어라.
지금 당장.

당신이 투입을 중단하면, 게으름 피우기 좋아하는 당신의 투수와 포수들은 파란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거나 호주머니에 넣어두고 딴청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이내 야구장 안에 파란 색은 게눈 감추듯 사라지겠지.

책을 붙들고 있어라.
생각을 가동시켜라.
자꾸자꾸 질문을 던져라.
이건 뭐지. 이건 뭐지. 이건 뭐지.

첫 번째 투수의 손에 계속 파란 공을 쥐어주고, 4 쿼터 종료 직전의 농구 경기 감독처럼 열정적으로 지시하며 돌아다녀라. 파란 공을 던지라고, 떨어뜨리지 말라고, 빨리 빨리 움직이라고. 투입하는 절대량이 집중의 기본이다.



두 번째, 다른 공을 따라가지 마라.

눈길을 확 잡아끄는 화려한 공이 야구장 안에 들어올 수 있다. 자주 있는 일이다. 보석 박힌 비싼 공이나, 딸랑딸랑 소리가 나는 공도 모습을 드러낸다. 스페셜 한 공이 들어왔다고 캐치하려는 포수도 있고, 특이한 소리에 호기심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따라가는 것이다.

투수는 파란 공을 던지고, 포수는 파란 공을 잡고, 잡은 공을 다시 투수에게 건네주는 일만 하면 되는데, 다른 공이 오니 눈길이 또 간다.

말랑말랑한 저 공을 만져보고 싶어.
지루한 파란 공 말고 저 공이 좋아.

그런 유혹에 넘어가는 사람이 야구장에 한 가득 이다. 사실 야구장 밖으로부터 온갖 색깔의 공이 담장을 넘어서 들어 온다. 넘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원래 그렇다.

'영어공부에 집중해야지'라고 결심하며 자리에 앉아도 온갖 자극들이 쉴 새 없이 들이닥친다. 창 밖 자동차의 소음, 늦은 밤 취객의 고성, 거실 텔레비전의 웃음소리, 방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치킨 냄새. 자극은 기억에서 올 수도 있다. 언젠가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은 친구, 지난 시험에서 아뿔싸 마킹을 잘못해서 틀린 문제, 어제 뚱뚱하다고 나를 놀린 우리 반 X가지. 무엇이 되었건 공은 계속 들어온다. 담장 안에 다른 공이 날아든다는 사실 자체는 괜찮다.

문제는 따라가는 것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이 이어진다. 담장 넘어 날아들어온 빨간 공을 애써 잡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계속 돌리는 짓을 하고 있다. 한 개의 빨간 공이 돌아다니면 그 공을 따라 분홍, 주황, 보라색처럼 비슷한 공들이 이어진다. 아까 빨간 공을 잡은 사람은 비슷한 공들도 열심히 잡는다.

따라가지 않는 방법은 단순하다. 계속 파란 공을 부지런히 투입하면서 파란 공만 보라고 독려하면 된다.

오히려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따로 있다. 빨간 공이 들어왔다고, 버럭 화를 내는 것. '버럭'도 따라가는 행동임을 명심하라. '빨간 공은 왜 들어왔어 짜증 나게!'가 파란 공인가? 아니다.

그러니 무시하라. 파란 공에 집중하라. 관심을 주지 않으면 빨간 공은 머지않아 바닥에 나뒹굴 것이다. 새가 당신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당신 머리 위에 앉지 못하게는 할 수는 있다.



세 번째, 포수의 실력에 맞는 공을 던져라.

투수가 던지는 공을 포수들이 다 받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못 받은 공은 바닥에 떨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공은 주울 수 없다. 그런데 어떤 투수들은 중학생 포수에게 95마일짜리 패스트볼이나 낙차 큰 슬라이더를 던지기도 한다. 너무 어려운 공을 던지면 받을 수 없다. 반대로 요기 베라(Lawrence Peter "Yogi" Berra) 같은 명포수에게 아리랑 볼을 던지는 투수도 있다. 그런 포수들은 미트에 팍팍 꽂히는 재미가 없는 공에 이내 흥미를 잃는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칙센트 미하이는 그의 명저 FLOW에서 몰입에 이르는 핵심 공식을 밝힌 바 있다. 몰입을 위해서는 과제의 난이도와 수행자의 실력이 적정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이 없는 사람에게 고난이도의 과제를 부여하면 의욕을 잃고, 반대로 실력자가 너무 쉬운 과제를 만나면 지루함을 느껴 몰입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면 자신의 실력을 키우거나 보다 쉬운 과제로 옮겨가야 하고, 난이도가 너무 낮다면 보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야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의 실력에 비해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있다면 마음 한 구석에서 '이건 안돼'라고 저항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보다 쉬운 과제로 바꾸어라. 만일 변경이 불가능한 과제라면 잘게 쪼개서 작은 것부터 처리하라.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국제 모의재판 대회에 참가할 사람을 뽑는다고 시험을 보았다. 나는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음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험을 치러 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서를 복사한 종이 뭉치를 주고 요약을 하라고 시켰다. 알파벳이 빼곡한 전공서였다. 다만 시험 시간은 그 날 종일, 사실상 무한대였다.

수능 시험 외국어 영역을 풀듯 쭉쭉 읽어내려 갔는데 도저히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두 번 세 번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많고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던 나는, 일단 모든 문장을 번역해보기로 했다. 전공서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부담이 덜했다.

어떻게 에베레스트를 올라왔느냐는 물음에 "한 걸음씩 올라왔다."고 답한 어느 등산가의 마음이 이랬을까. 한 걸음씩 번역해 놓은 문장들을 보니 큰 맥락은 잡혔다. 그렇게 작성한 답안지 자체는 맞았는지 틀렸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험은 즐거운 마음으로 치를 수 있었다.

만일 당신의 실력에 비해 너무 쉬운 과제라 늘어지는 감이 있다면, 과제의 난이도를 높여라. 난이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간 제한을 두는 것이다.

고전 게임 테트리스에서 스마트폰 게임 템플런까지 게임의 난이도는 기본적으로 속도다. 그저 스마트폰 한 구석을 손가락 하나로 꾹꾹 눌러주기만 하면 되는 게임도 속도에 따라 얼마든지 지독히 어려운 악마의 게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모래시계를 뒤집어 당신 눈 앞에 올려두라. 한 자릿수 덧셈 뺄셈도 스톱워치를 들고 카레이싱처럼 랩타임을 재면 누구든 턱 아래에 땀이 뚝뚝 떨어지도록 만들 수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공부든 일이든 게임처럼 설계하여 놀이하듯 처리한다. 포수의 실력에 맞게 공을 돌리면 주고받는 재미에 애써 독려하지 않아도 파란 공들이 LED 전구처럼 번쩍거리며 날아다닐 것이다.



집중력을 높이는 법에 대해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파란 공을 계속 투입하라.
다른 공을 따라가지 마라.
포수의 실력에 맞는 공을 던져라.

집중력을 높이는 과정은 경사가 가파른 산을 올라가는 것과 같다. 원래 힘들다는 이야기다. 야구장 안에 멍하니 서있는 의욕 없는 선수들에게 '영어 공부'라 쓰인 파란 공에 집중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일이 얼마나 괴롭겠는가.

그래도 희망은 있다. 산을 오를 때 일단 제법 높은 곳에 올라가 탁 트인 경관을 보면 '아, 이런 맛에 등산을 하는구나' 싶어 진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우니 조금 더 힘을 내어 정상을 밟아보자는 마음이 동한다.

집중력도 똑같다. 일단 파란 공의 개수가 일정 숫자를 넘어서면 투수와 포수는 '공을 주고받는 재미'를 알게 된다. 시냅스가 활성화될 때, 신경다발에서 쾌감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의미다. 처음에는 하기 싫던 공부라도 억지로 집중하여 몰입 단계에 들어가면 '어라, 의외로 할 만 하네'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파란 공을 집어 넣으면, 다른 멋진 공이 날아와도 애써 무시하면, 실력과 난이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세심하게 훈련을 설계하면, 언젠가 당신은 시작하는 순간의 어려움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야구장 하나 가득 날아다니는 파란 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 당신은 경험할 수 있다.

당신이 가진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그 소중한 느낌을 말이다.



출처: https://brunch.co.kr/@stillalive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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