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세계

민복진

민복진(閔福鎭, 1927-2016)은 전형적인 인체 구상조각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비정형적인 추상조각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조형 언어를 구축한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이다. 한국 1세대 조각가 김복진, 김경승, 윤효중 등에 영향을 받은 2세대 조각가로 백문기, 윤영자, 전뢰진, 김영중, 최만린, 최종태 등과 함께 민복진은 한국 조각사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가교의 시대를 대변한다.


1952년 홍익대학교 미술학부에 입학한 민복진은 1953년부터 본격적으로 윤효중에게 조각을 배우기 시작하며 조각에 입문하였다. 홍익대 재학시절 민복진은 제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1953년 제2회 국전)에 <무제>를 출품하여 입선하며 조각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쳐나갔다. 또한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 조각미술 발전을 위해 결성된 목우회, 한국구상조각회, 신상회(新象會) 등의 단체 활동으로 국내에서 조각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1979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 le Salon》에서 금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해외 교류 조각 전시에 다수 참여하는 등 해외로도 그 활동 반경을 넓혀 나갔다.


당시 예술가들이 교직 생활을 병행하며 작가로 활동했던 것과 달리 전업 작가로서 평생 일관된 주제 의식 속에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그는 50대 중반이 된 1984년에서야 비로소 첫 개인전을 가졌는데 조각에 입문한 지 30년 만의 첫 개인전은 민복진이 품고 있는 예술가의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자 예술에 대한 그의 진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복진의 작품 세계는 공공조형물과 일반 조각품으로 나눌 수 있다. 민복진이 단독 제작한 최초의 공공조형물은 1961년 고려대학교에 설치한 <4‧18 학생혁명기념탑>이며 그 밖에 대표적인 공공조형물로는 김경승과 함께 제작한 <김구 선생 동상>(1969, 남산 광장), <이승훈 선생 동상>(1974), <매헌 윤봉길 의사상>(1975, 충남 충의사), <고당 조만식 선생상>(1976, 어린이 대공원), <명성왕후 숭모비>(1981, 경복궁) 등이 있다.


그의 일반 조각품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초 철사와 납 등을 사용한 재료와 형식 실험시기를 제외하면 모자상, 가족상 등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일관성있는 조형세계를 보여준다.

  • 조춘(1965) 조춘(1965)
  • 회억(1968) 회억(1968)
  • 목가(1971) 목가(1971)
  • 염(1978) 염(1978)
  • 모정(1982) 모정(1982)
  • 가족의 기쁨(1988) 가족의 기쁨(1988)
  • 가족(1991) 가족(1991)
  • 모자(2000) 모자(2000)
  • 사랑(2007) 사랑(2007)

평생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반복하고 탐구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한 민복진은 그의 삶과 예술을 통해 사람을 향한 믿음과 인류에 대한 긍정의 힘을 보여준다.
민복진에게 조각은 무생물인 돌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이며 이 행위는 어머니와 아들이 맺고 있는 원초적 사랑과 등가의 것으로 그의 삶과 예술의 집약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돌아볼 수 있고 현재 우리의 삶에 던지는 사랑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민복진의 인간애적 예술은 시대를 초월하여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민복진
민복진

나는 모자·가족상을 만들면서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공간을 창출했다.
이 인간애적 조형물이 시대를 초월한
전달자적 표상이 되어
모두의 가슴속에 영원하기를 - 민복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