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작품설명

<애상>(1991)은 육면체 구조의 모자상 중 하나이다. 민복진은 육면체 모양을 그대로 살린 조각을 여러 점 만들었는데, 모두 두 인물의 얼굴과 동세를 최소한으로 제시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특별한 표현 없이 닫힌 육면체 구조로 완결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수직적, 직선적인 덩어리에서 가느다란 두 개의 가닥이 뻗어나온 하나의 기하학적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애상>에서도 발견되듯이 인체 표현을 양식화, 단순화한 끝에 어머니로 보이는 인물의 성별 표현까지 생략한 점은 민복진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보기 드문 양상이다.
한편 동세만큼은 상대적으로 섬세하게 조각한 편인데, 고개를 45도 기울여 어린 아이를 빤히 들여다보면서 아이에게 온전히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어른의 모습을 표현해 애상,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표면에는 부분적으로 톱니 끌(tooth chisel, 날 부분에 톱니모양이 달려있어 재료의 표면을 긁거나 빗는 데에 쓰는 조각도구)을 이용하여 거칠고 자유로운 흔적을 남겨 직선적인 육면체 구조와 대비를 이루면서 장식적인 효과도 함께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