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작품설명

<모자>(1965)는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를 대리석에 조각한 작품이다. 어머니는 아기를 양 팔로 받쳐들고 자신의 상체를 한껏 반대쪽으로 꺾어 아기를 바라보고 있고, 아기는 그런 어머니에게 응하는 듯 환하게 웃고 있다. 어머니는 입술을 살짝 모아 아기에 집중하고 있는 동시에 왼발을 내밀며 꺾인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데, 이러한 연출은 금방이라도 둥개둥개 노랫소리를 내며 안고있는 아기를 흔들며 어를 듯 작품 속 상황을 더 생생하게 보여준다.
상체와 하체를 이루는 매스들은 수직으로 된 작품의 중심축으로부터 사방으로 돌출되어 각각 대칭적으로 교차 및 평행하면서 균형감과 리듬감, 공간감을 동시에 아우른다. 작품의 주제가 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세부 묘사없이 형태를 면으로 처리하여 민복진 특유의 단순화한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작품의 표면은 민복진의 다른 조각들과 차이가 있는데, 곱게 연마하여 광을 낸 기존의 조각과 다르게 표면을 정다듬질로 마무리하였기 때문이다. 정다듬질이란 끝이 뾰족한 정으로 깊이와 간격을 일정하게 쪼아 요철을 내며 치석하는 기법으로, <모자>의 큼직한 면분할이 더욱 강조되면서도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