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민복진미술관

작품설명

<모자>(1988)는 서로를 바라보면서 발맞추어 걷고 있는 모자의 모습을 조형한 작품이다. 아이는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어머니를 올려다보며 미소짓고 있고, 어머니는 자그마한 아이를 내려다보며 함께 웃고 있다. 보폭을 맞추며 걷는 세심한 상황 설정은 민복진의 일관된 주제인 ‘사랑’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어머니와 아이의 몸은 이들의 유대관계를 시각화한 듯 하나로 붙어 있다. 이들에 대한 세부 표현이 모두 생략되어있지만 어머니의 자세만큼은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로 설정하고자 했음이 역력하다. 콘트라포스토란 한쪽 다리에 체중을 싣고 다른 쪽 다리는 약간 구부려 전신이 ‘S’자 형태가 되는 자연스러운 자세를 일컫는다. 이 자세는 고대 그리스의 인체조각에서부터 발견되는 인체 표현 방식의 전형이다. 이는 작품의 주요 내용인 모자의 관계와 사랑을 고전조각의 조형원리와 구상조각의 실천 속에서 동시에 모색하고자 한 흔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