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기다림이 있는 교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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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
<!--StartFragment--> <SPAN style="LINE-HEIGHT: 160%; COLOR: #336633; FONT-SIZE: 12pt">
<P style="TEXT-ALIGN: center" class=HStyle0 align=left><BR>기다림이 있는 교육<BR><BR></P></SPAN>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줄탁동시(茁啄同時)란 말이 있다. 이는 선종의 선어록인 ‘벽암록’ 제16측에 나오는 말인데, 닭이 알을 품어 달이 차면 알속의 병아리가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茁)이라 하고, 반대로 어미닭이 그 소리를 듣고, 밖에서 마주 쪼아 껍질을 깨뜨려 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가 동시(同時)에 일어나야 온전한 병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 말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는 것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 어릴 적 실수 때문이다. 어느 날 닭이 품은 알을 보니 병아리가 나오려고 조금 깨어져 있었다. 조급한 마음에 알을 깨뜨려 물에 젖은 병아리를 어미닭 품에 넣어주었는데, 얼마 후에 보니 그만 병아리가 죽어 있었다. 사자성어를 공부하던 중에 이 말을 접하고 그 때 나의 조급함으로 한 생명을 죽게 만든 죄책감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이 말을 교육에 적용해보면 아이가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부모나 교사가 가르치면 교육적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줄탁동시의 묘미는 바로 기다림에 있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우리 교육이 가장 강조하고 있는 창의력과 자기주도학습력도 절실한 기다림 끝에 습득될 수 있는 능력이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자율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기다려야 한다. 아이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율성을 기르도록 기다려주고, 원래의 용도와는 다르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도 바로 사용법을 알려주기보다는 계속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게 기다려주며, 장난감 놀이에 푹 빠져 있을 때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기보다는 충분한 몰입의 시간을 갖도록 기다려 주어야 창의력을 기를 수 있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공부하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자기주도학습력 또한 기다려야 얻어질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결과보다 과정에 기뻐하며 학습의 순간순간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러한 학습경험은 평생의 삶을 자기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사교육에서 행해지는 암기식 주입식 선행학습도 조급증의 결과이다. 이런 선행학습은 아이들에게 학교 수업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그런데 주변의 모든 현상이 빠르게 변하는 스피드시대에 기다림을 실천하기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보통 식욕, 성욕, 명예욕을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고 하는데, 속전속결욕 또한 참기 힘든 인간의 욕구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조급증에 걸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은 최연소 합격, 냉장고는 급속 냉동, 식품은 인스턴트식품, 선거는 출구조사발표, 엘리베이터는 닫힘 버튼, 커피는 자판커피, 술은 폭탄주, 과일은 속성 재배, 가축은 성장호르몬 사육 등 인간의 조급증을 충족시키기 위한 현상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으며, 기다림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하고 있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그러나 기다림은 멈춤의 시간이 아니고 준비의 시간이며, 낭비의 시간이 아니고 창조의 시간이며, 설렘과 환희가 있는 행복의 시간이기도 하다. 교육도 끈기 있는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보이지 않는 변화는 계절의 바뀜이나 역사의 흐름과 흡사하다. 매일매일 그날이 그날 같고 때로는 가다말고 뒷걸음질 치는 것 같지만 결국 계절이 바뀌고 세상도 바뀌고 말듯이 언젠가는 아이들도 변한다. </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문제는 아이들의 느린 변화를 기다려 주지 못하는 우리의 조급함이다. 아이들의 천천한 변화는 기다림 뒤에 소리 없이 찾아온다. 교육은 사랑이며, 사랑의 다른 이름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은 교육의 시작과 끝이다. 교육은 아이들로 하여금 저마다 소중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이며,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해주고, 믿어주고, 격려해주고, 조언해주고, 용기를 주고, 사랑을 주면서 끝없는 관심으로 기다려 주어야 한다. 기다림이 없는 교육자는 교육을 하면서 교육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다.</P> <P class=HStyle0><BR></P> <P class=HStyle0><기고> 정종민 성남교육지원청 교수학습국장<BR></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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