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더 난해해지는 청소년 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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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유승준 콘서트 갔다 존나 열받았다! 줄 섰다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웬 량생이가 내 자리에 와 있는 거야. 계속 거기 있었다고 쌩구라까면서. 빡돌잖아. 맞장 떠서 쪽 줄래다 괜히 량생이 옆구리 찔러 산 타일까봐 야리기만 했어."
"후달렸구나? 후까시까다 안되면 째면 되지! 이제 와서 숑숑대긴. 야 근데 걔 봤냐? 유승준 빼갈이. 그 머리 디게 짧은 애 말야." 조선일보에서 10대들의 은어에 대해서 다룬 17년전 기사다. 한눈에 봐도 비속어와 은어, 알 수 없는 말들로 이뤄져있다. 10대 여중생들의 대화를 재구성한 위 글에서는 비행 청소년들이 쓰는 욕과 거센소리, 된소리 발음들이 많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당시 기사에서는 청소년들의 삭막한 정서가 언어로 표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십수년이 지난 지금 우리 청소년들의 언어는 어떻게 변했을까. 요즘 곳곳에서 보이는 단어와 글자들에서도 짐작하다시피 은어와 비속어 사용 빈도수는 더욱 증가했다. 공격적 언어 사용은 대도시일수록 저소득층일수록 많이 사용하는데, 삭막한 환경이 언어와 정서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위 'ㅈ나' 2위 'ㅆ발' 3위 '새끼' 4위 '개- 5위 '쩔다'(대단하다) 6위 '씨' 7위 '병신' 8위 'ㅈ라' 9위 '빡치다' 10위 '개새끼'….국립국어원의 '청소년 언어실태 언어의식 전국 조사' 보고서에 나오는 청소년 일상 언어의 욕설 빈도 순위다. '지랄'(15위) 'ㅈ되다'(17위) '뒷담까다'(30위) 'ㅆ새끼'(32위) 'ㅈ같다'(33위) '구라까다'(35위) '엠창'(37위) '찐따'(3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사용하는 욕설은 더욱 험악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는 '바보' '씨' '쓰레기' '멍청이' 등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에 비해 중·고교에서는 'ㅈ되다' 'ㅆ발놈' 'ㅆ새끼' '엠창' 등 성(性)과 관련한 비속어가 높은 순위였다. 이런 비속어를 사용한 학생은 전체 대상자 216명 중 205명으로 95%였다. 대부분의 학생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일상어에서 욕설을 섞어 쓰고 있다는 얘기다. 더 난해해지는 인터넷 용어 "안녕하세염. 더눈 3학년에서 젤루 이뿐(안녕하세요. 저는 3학년에서 제일 이쁜)… 죄성해염. 선물 더 못 드리고…. 행복하세여.(죄송해요. 선물도 못 드리고…. 행복하세요.)" 2000년대 초반, 어느 중학생이 선생님께 쓴 감사 편지다. 이 편지를 받은 선생님은 기쁨보다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90년대 말,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 용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의 언어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했는데, 세대 간의 소통을 막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국어실력까지 퇴화시키는 현상을 가지고 왔다. 학생들의 인터넷 용어 사용 현상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난해해지고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초기 인터넷 용어들이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하고, 맥락을 알 수 있는 것에 반해 현재는 심한 축약, 상상하기 힘든 합성어, 과거보다 심해진 비문 사용 등으로 도저히 그 뜻을 알아볼 수가 없다. 솔까말, 정줄놓, 쓸고퀄 등은 긴 구절을 줄인 줄임말이다. 애잔보스, 낫닝겐 등은 영어와 일어를 조합해 만든 합성어들이다. 심각성을 알 수 있도록 아래 현재 인터넷 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줄임말 들을 정리했다. 또 신조어 퀴즈 영상도 준비했다. 더 심각해지는 문자 탈락 현상 'ㅅㅂㄴ' 'ㅇㅁㅂ' 'ㅇㅂㅊ' 'ㅇㅈㄹ'. 그저 의미 없는 자음(子音)의 나열이 아니다. 자녀에게 '이 뜻이 뭔가' 물어보시라. 아마도 "아, 이거요?"라면서 줄줄 해독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의 통신 언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단어'들은 왼쪽부터 '×발놈(년)'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여병추(여기 병신 하나 추가요)''이지랄' 이다. 모음(母音)의 탈락이 말 자체가 욕설이라는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초성(初聲)·중성(中聲)·종성(終聲), 즉 자음과 모음으로 글자를 이루는 훈민정음의 제자(制字) 원리는 한글 반포 567년을 맞는 2013년에 상당 부분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엔 간편한 의미 전달을 위해 이뤄졌던 \'문자 탈락 현상\'이 점차 소통을 가로막는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초기 단계는 'ㅋㅋ'나 'ㅎㅎ' 'ㅠㅠ' 처럼 뜻을 짐작하기 쉬운 의성어였다. 그러나 점점 받침 'ㅆ'을 'ㅅ'으로, 복모음인 'ㅝ'를 'ㅓ'로 바꾸면서 급기야는 모음 전체를 탈락한 채 자음 만으로 얘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현상은 글자를 적게 빨리 치려는 인터넷 언어의 특징을 반영한다. 아래는 현재 인터넷 상에서 자주 쓰이는 모음이 탈락한 자음 통신어들이다. 욕설을 뜻하는 것도 적지 않다. 이젠 어미까지… 더 복잡해지는'일본어 사용' 그간 우리나라는 한국어 속에 남겨진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소라색을 하늘색으로, 기스를 상처 바꿔 부른 것처럼 제대로 된 우리말을 찾게 된 단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 최근 인터넷 상에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본어를 목격할 수 있다. 과거, 우리말에 남아있던 일본어들이 식민지 시기 때부터 축척되어온 단어 중심이었다면 최근 인터넷 상에서 쓰이고 있는 표현들은 일본어 어미와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경우가 많다. '~입니다' 라는 뜻의 일본어 종결 어미 '~데쓰'를 단어와 결합해 '극혐데쓰(극도로 혐오합니다)', '인정데쓰(인정합니다)' 라고 쓰는 식이다. 이와 비슷하지만 조금 복잡한 구성도 있다. '봐주시떼(봐주세요)', '사진주시떼(사진주세요)' 라는 표현인데, 일본어의 '해주세요'라는 뜻의'시떼 쿠다사이'에서 '시떼'와 우리말의 '해주세요'의 '주'를 결합하여 '해주세요' 또는 '주세요' 라는 뜻의 어절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제의 잔재라기 보다 일본 대중 문화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청소년들이 애니메이션, 영화 등 일본 대중 문화를 쉽게 접하면서 그만큼 일본어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진 것이다. 또한 한국어와 어순이 같아 다른 언어에 비해 활용도가 높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펼쳐온 일본어 잔재 청산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의 지나친 섞어쓰기, 다양한 일단어 등의 남용은 청소년들의 언어 세계를 해치고 있다. 아래는 최근 인터넷 상에서 자주 쓰이는 일본어 또는 일본어가 섞인 표현들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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