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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공하는 사람, 성취욕구 크고 자기관리 확실
내용 [동아일보]

공부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교육학자나 심리학자, 정신과의사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적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필요조건’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목표가 있어야 성공한다

필요조건의 첫 번째 요소는 성취목표 설정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두뇌 활동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목표를 향해 ‘유도탄’처럼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잠자기 전 끙끙대며 매달렸던 수학 문제가 다음 날 아침 쉽게 풀리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뇌는 무의식 수준에서 문제풀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움직인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는 욕구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속성 중 하나”라며 “사람은 성취하고자 하는 동기가 클수록 많을 것을 시도하며, 그만큼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목표를 성취하는 데는 의외로 ‘과정’이 중요하다. 곽 교수는 캐럴 드웩 스탠퍼드대 교수(심리학·‘성공의 심리학’ 저자)의 연구 결과를 예로 들었다. 성취목표 유형이 ‘결과 중심’인 사람은 쉽게 좌절할 수 있지만, ‘과정 중심’인 사람은 한 번의 실패에도 다시 도전하고,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공의 관건은 실행 가능한 목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설정해 실행하느냐에 달렸다. 김진숙 서울디지털대 교수(상담심리학부)는 “비전을 설정하면 반드시 구체적인 세부목표를 세우고, 그 달성 여부를 어떤 형태로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공부 잘하려면 정서적 안정 필수적

두 번째 요소는 행동억제, 즉 철저한 자기관리다.

주변의 불필요한 자극에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외부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느냐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다. 곽 교수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충동을 잘 억제하는 게 필요하다”며 “성취욕구가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을 일으키고 추진하는 힘이라면 자기통제는 목표로 가는 과정을 지탱해주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는 1960년대 말 ‘마시멜로 실험’이란 것을 한 적이 있다. 연구진은 네 살배기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준 뒤 “지금은 이것밖에 먹을 수 없지만, 조금만 참으면 더 많은 것을 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마시멜로 먹기를 참았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높은 성적을 받았고, 40년이 지나서도 훨씬 성공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자기통제력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실제로 김유미 서울교대 교수(교육심리학)가 주축이 된 ‘브레인업연구센터’나 서울대 심리학 박사 출신들이 주축이 된 ‘심리플러스 상담센터’ 등의 기관들은 청소년 대상의 학습·리더십 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기관리’를 핵심 모듈로 집어넣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정서적인 안정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여기에 필요조건의 세 번째 해답이 있다.

신민섭 서울대 의대 교수(소아정신과)는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적능력과 함께 정서적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지적능력을 수없이 갈고닦아왔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화나 불안을 조절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목표했던 성과를 절대 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취미 활동 등을 통한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뇌 기관 중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는 스트레스에 극도로 취약하다. 전쟁 등의 경험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겪는 사람들은 가장 먼저 기억력 장애를 호소한다. 해마가 스트레스에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공부 스트레스는 기억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만들고, 시험 스트레스는 기억된 내용을 적절히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마틴 셀리그먼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피터슨 미시간대 교수 등이 주창한 ‘긍정심리학’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용린 서울대 교수(교육학)는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 몰입이 잘 안 된다”며 “공부를 힘들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책상에 앉게 하기보다는 칭찬과 격려를 통해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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