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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진작가기획전 이해하기] 섹션1. 백호白毫
내용

  이번 전시는 세 가지 키워드인 ‘예술’, ‘젊음’, ‘재생’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예술모텔’, 꿈을 향해 자신을 쏟아내는 젊음의 원동력인 열정, 방향을 고쳐 새롭게 하는 재생再生과 예술적 생산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 차를 마시며 토의를 하는 다시茶時(차 마시는 시간)의 재생을 지향하고 있다.

  전시는 차의 가공법에 따라 네 가지 섹션으로 나뉘었다. 어린 찻잎에 난 순수한 흰털을 가리키는 <백호白毫>(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 / 녹차의 신선한 향기인<눈향嫩香>(신성환, 나광호, 박희자, 이세준) / 꿀과 같이 달콤하고 과일처럼 달콤한 홍차의 <기문향(祁門香)>(강상빈, 강호성, 안진국, 장고운) / 오래두고 느끼는 부드러움 <보이普洱>(조문희, 이시내, 신정희, 조은주) 로 구성되었다.

 

 

1) 백호白毫, 찻잎 위에 돋아난 순수한 흰털

 

앉아서 반 바퀴쯤 된 달을 마주해

조용히 석잔의 차를 기울이노니

어떻게 하면 두 날개를 달고 가서

천상의 계수나무 꽃을 완상할꼬.

-서거정(徐居正, 1420~1488)의 『사가집(四佳集)』「달을 대하여 차를 마시다」중에서

 

   백호는 어린 찻잎에 난 흰털을 가리키며, 이 차를 백차(白茶)라 한다. 백호 가득한 차나무의 싹과 잎을 따 얇게 널어 건조시키는 백차는 가공을 가장 적게하여 맛이 매우 단아하고 신선하며, 차의 천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작가 이주형, 이호영, 박병일, 우금화는 이러한 순수한 백호와 같이 이상적이고 근원적인 세계관을 선보인다.

이주형은 습지와 사구의 개념을 통해 명확함을 향한 이상향을 추구한다. 그런데 그에게 이상향은 현실과의 대비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는 습지를 축축한 현실로, 사구를 명확한 이데아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축축하고 눅눅한 털과 바짝마른 나무 합판을 대비시켰다. 작품 <사구가 보이는 풍경>은 털과 털뭉치로 뒤덮힌 인간의 얼굴형상과 배경에 그려진 나무, 또는 자연의 모습이 서로 대치된다. 치밀하게 묘사된 털은 한 덩어리의 자아를 의미하며, 배경에 그려진 나무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사구의 세계이며, 그 작품을 통해 근원으로 향하고자 하는 예술적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호영의 사진은 하나의 완벽한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페인트가 뒤섞이는 찰나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은 생명의 탄생과 우주의 시작을 연상케 한다. 그는 이러한 형상 속에서 존재와 융합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미시적인 세계를 보여주며 현상의 본질을 향하는 그의 물감방울은 그것 자체의 아름다움을 넘어 철학적인 사유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그것은 마치 미지의 우주탐사를 열망하는 인류의 숙원과도 같이 오래되고 순수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박병일은 수묵화를 통해 도시풍경을 그리는데, 그는 도시의 풍경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워내는 것에 집중한다. 도시 빌딩들 사이에 세워진 하얀 나무는 실제로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마치 숨(breath)을 불어넣듯이 나무라는 자연의 공간을 비우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화선지에 흰색으로 나무를 칠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제외한 빌딩과 도시를 채색한다. 그에게 나무의 빈 공간은 우리가 채워가야 할 정신적인 도시의 참모습인 것이다.

우금화는 한 단어가 가진 의미의 근원을 진지하게 연구한다. 오랜 시간의 기록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가는 수행적인 그녀의 작품은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이다. 그녀의 작품 <햇빛드로잉>은 옥상에서 3개월간 진행된 ‘드로잉 배양 작업’으로, 순수한 자연의 햇빛이 만들어낸 드로잉이다. 햇살과 비, 바람이 만들어낸 드로잉은 말 그대로 ‘햇빛드로잉’인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드로잉의 과정이 우연히 아니라 자연이 주는 필연적 결과라고 말한다. 그 예로 드로잉을 제작하는 과정 중에 하루를 촬영한 영상작품 <하루>는 ‘햇빛드로잉’의 필연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 그리고 그것을 가치있게 바라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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